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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고장 역사교실 제2부 ➄ 정연 묘역

입력 : 2016-09-21 15: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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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형 비리를 논죄한 정연

●문화재명: 정연 묘역 (경기도 기념물 제139호)

 

 

장릉까지 왔다면 인근에 있는 정연의 묘도 둘러보자. 정연의 묘는 법흥리 효자그린빌 뒤쪽도로 변에 있다. 정연이라는 이름은 생소하다. 파주문화원 자료집을 찾아보아도 깊이 있는 연구가 되어 있지 않다. 그저 백과사전을 약간 바꾸어 놓은 내용뿐이다. 조선왕조실록을 통해 그의 삶을 살펴보자.

 

변겸이 거짓송사로 벌을 받다

태종 14년(1414)의 일이다. 변겸이라는 자가 태종이 행차하던 길에 나타나 노비를 국가에 빼앗겼다며 호소하였다. 당시에 대대적으로 노비 소유자를 확인하는 송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이때 영의정 하윤이 승정원(임금의 비서실)을 통해 은밀하게 태종에게 상언하였다.

 

“전하, 변겸이 너무 억울한 일을 당했으니 조속히 풀어주시옵소서.”

사실 변겸은 하윤이 낳은 서자의 양아버지였다. 즉, 하윤은 첩에게서 아들을 낳았는데, 첩의 자식이므로 아버지로서 잘 대해 주지 못했다. 그래서 같은 고향 사람인 변겸으로 하여금 자신의 서자를 돌보아주도록 하였다. 대신 변겸의 뒷배가 되어 사사로이 도움을 주고 있었던 것이다. 태종은 영의정의 요구대로 변겸의 노비송사를 다시 파악하라고 주문하였다.

 

“여봐라, 사헌부·사간원·형조가 협력하여 변겸의 노비송사를 재검토하여라.”

그러나 진상을 파악한 결과 변겸이 하윤을 믿고 국가 소유의 노비를 사유화한 것이며, 노비를 다시 국가에 빼앗기자 거짓송사를 일으킨 것이었다. 변겸은 그 죄로 장 80대에 처해졌다.

 

정연 등 사헌부가 하윤을 탄핵하다

변겸의 송사는 여기서 마무리된 것처럼 보였으나, 사헌부에서 하윤이 권력형 비리를 저질렀다면서 탄핵 상소를 올렸다.

“전하, 영의정이라는 자리는 군왕과 함께 천도를 밝히는 벼슬입니다. 그런데 하윤이 사사로운 마음으로 은밀히 상언하여 군왕의 치세에 누를 끼쳤나이다. 하윤을 외방으로 내쳐서 본보기를 보이십시오.”

 

그러자 태종은 논의의 초점을 다른 곳으로 돌리고자 했다. 자신도 하윤의 은밀한 요구 때문에 변겸의 송사를 다시 하라고 했기 때문에 자유롭지 못했다. 태종은 하윤과 자신만이 알아야 할 비밀을 어떻게 사헌부가 알았는지 파악하고자 했다. 태종은 사헌부 지평 정연을 불러 물었다.

“영의정 하윤의 일은 나와 승정원만이 아는 비밀인데 너희들이 어떻게 알았느냐?”

“신은 감히 말할 수 없습니다. 하윤에게 벌을 내리셔야 마땅합니다.”

 

하윤이 누구던가? 태종이 왕위에 오르는 데 기여한 1등 공신이다. 태종은 판결을 뒤집어 버린다. 오히려 영의정 하윤을 무고했다는 죄목으로 정연을 비롯한 관련자를 처벌하였다.

 

 

정연이 조말생을 논죄하다

정연은 세종 때 사헌부의 장령을 거쳐 집의까지 승진하였다. 세종 8년(1426)의 일이다. 병조판서 조말생이 뇌물을 받은 죄로 유배를 떠나게 되었다. 정연은 유배 조치가 부족하다고 보았다.

“전하, 조말생은 겉으로는 청렴한 척하지만 속으로는 탐오합니다. 오랫동안 중요한 자리에 있으면서 사사로이 비단, 노비, 토지를 받았고, 벼슬자리를 팔았으며, 재판의 결과를 바꾸는 등 정국을 문란케 하였습니다. 바라옵건대 형률에 의거하여 더욱 엄하게 죄를 물어야 합니다.”

 

하지만 세종은 정연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렇게 정연은 성품이 강직하고 공명정대한 관료였다. 주어진 업무를 세밀하고 충실하게 완수했기 때문에 세종 때 형조판서를 거쳐 병조판서의 벼슬까지 올랐다. 세종은 정연이 죽자 시호를 정숙(貞肅)이라 내려주었다.

 

“곧은 길을 지켜 동요하지 않는 것을 정(貞)이라 하고, 마음을 굳게 잡고 결단하는 것을 숙(肅)이라 한다. 정연은 성질이 강경하고 곧아서 악(惡)을 미워하였다.”

 

요즘 정치도 전통시대와 다르지 않다. 현직에 있으면서 뇌물을 공공연히 요구하는 검사장이 있는가 하면, 검사장의 뒷배가 되어주는 민정수석이 있고, 잘못을 숨기려는 권력자도 있다. 늦더위가 계속되는 가을에 정연 같은 공무원이 나와서 시원한 바람을 일으키고 가슴도 뚫어주었으면 한다.

 

 

 

글·사진 정헌호(역사교육 전문가)

 

 

 

#4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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